고객이 자신의 문제를 머리로 알고 있다는 것과, 그것이 정말 자신의 문제라는 것을 느끼고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심리코칭을 하다 보면 자신의 문제를 상당히 잘 알고 있는 고객을 만납니다.
“제가 사람들에게 너무 많이 해주는 것 같아요.”
“상대가 나만큼 해주지 않으면 서운해져요.”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외로우니까 관계에 더 매달리는 것 같아요.”
고객의 설명만 들으면 이미 자신의 문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도 같은 상황에서 여전히 감정이 크게 흔들리고 이전과 비슷하게 반응합니다.
고객 자신도 답답합니다.
“문제가 뭔지는 알겠는데, 왜 계속 똑같이 느끼고 반응할까요?”
심리코칭에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인지적 이해를 넘어 체감적 이해가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1. ‘아는 것’이 반드시 ‘달라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고객은 자신의 문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자신이 예민해지는지 알고,
어떤 관계에서 반복적으로 서운해지는지도 알고,
자신이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도 알고 있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더 적절한지도 알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상황이 되면 다시 감정이 올라옵니다.
이번 사례에서도 고객은 상대방의 행동을 그 사람에 대한 하나의 ‘정보’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적절하게 대응하면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었습니다.
실제 상황에서는 여전히 상대의 말과 행동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었습니다.
즉,
무엇이 문제인지 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안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 간격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2. 인지적 이해와 체감적 이해는 다르다
인지적 이해는 자신의 문제를 설명할 수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서운함을 많이 느낀다.”
“상대에게 기대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상대는 나와 관계에 대한 욕구가 다를 수도 있다.”
이런 설명은 모두 중요합니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지도를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고객이 그 내용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이 자신의 정서적 경험과 충분히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체감적 이해에서는 한 단계 다른 일이 일어납니다.
“아, 내가 정말 이것 때문에 그렇게 힘들었던 거구나.”
“그래서 내가 그 상황에서 그렇게 반응했던 거구나.”
라고 고객 자신의 경험으로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체감적 이해는 단순히 감정을 강하게 느낀다는 뜻이 아닙니다.
울거나 강한 감정을 경험하는 것 자체를 체감적 이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자신이 알고 있던 내용이 자신의 실제 경험·감정·욕구·개인적인 의미와 연결되면서 ‘이것이 바로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구나’라고 경험적으로 납득되는 것
을 체감적 이해라고 볼 수 있습니다.
3. 인지적 이해만으로는 자동적인 감정 반응이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
고객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 사람은 원래 저런 사람이야.”
“상대가 연락을 적게 한다고 나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야.”
“사람마다 관계를 원하는 정도가 다를 수 있어.”
인지적으로는 충분히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상대가 연락하지 않으면,
서운하고,
화가 나고,
무시당한 것 같고,
자신만 관계를 원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번 사례의 고객 역시 자신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지 알고 있었습니다.
상대의 행동을 “이 사람은 이 정도의 사람이구나”라는 정보로 받아들이고 거기에 맞추어 자신도 관계를 조절하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고객은 동시에,
“그게 감정이…”
라고 말합니다.
알고 있는 것과 실제 감정 반응 사이에 간격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체감적 이해가 필요한 중요한 이유입니다.
인지적 이해가 생겼다고 해서 이미 학습되어 있는 정서적 반응까지 즉시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4. 고객 스스로도 ‘아는 것’과 ‘느껴지는 것’의 차이를 경험한다
이번 사례에서 고객은 이 차이를 상당히 정확하게 표현했습니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생각과 감정을 느끼는지는 알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내 문제가 이건 것 같다고 해서 그 생각이나 그 감정이 처리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라고 이야기합니다.
중요한 표현입니다.
고객은 이미 자신의 문제에 대한 인지적인 설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설명만으로는 자신의 자동적인 생각과 감정이 충분히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고객에게 계속해서,
“왜 그런지 생각해 보세요.”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잖아요.”
와 같은 설명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리코치는 이때 질문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고객이 무엇을 모르고 있는가?”
뿐 아니라,
“고객이 알고 있는 것이 아직 자신의 경험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5. 체감적 이해가 이루어지면 자기 경험이 하나로 정리되기 시작한다
체감적 이해가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고객의 여러 생각과 감정이 하나의 개인적인 의미로 정리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고객도 자신의 경험을 여기저기에서 설명합니다.
“이런 것 같기도 하고…”
“저런 이유도 있는 것 같고…”
“아마 이것 때문인 것 같은데 정확하게는 모르겠어요.”
이번 사례에서도 고객은 자신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하게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표현하면서, 이야기를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아, 이거구나.”
하고 정리되는 순간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새로운 정보를 얻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이미 알고 있던 여러 경험들이 연결되면서,
“그래서 내가 그랬던 거구나.”
라고 자기 경험 전체가 자신에게 납득되는 것입니다.
인지적으로 흩어져 있던 정보가 ‘나의 경험에 대한 이해’로 통합되는 순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6. 체감적 이해는 자기이해를 깊게 만든다
인지적 이해만 있을 때 고객은 자신의 행동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석하면서도 자신을 비난할 수 있습니다.
“내가 외로우니까 사람에게 매달리는 거잖아요.”
“내가 자존감이 낮아서 그런 거죠.”
“제가 인정욕구가 너무 강한 것 같아요.”
내용 자체는 어느 정도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이해는 자칫 자신에 대한 또 다른 평가가 될 수 있습니다.
체감적 이해에서는 질문이 달라집니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그것이 필요했을까?”
“그 상황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기에 그렇게 힘들었을까?”
“그때의 나는 무엇을 필요로 하고 있었을까?”
이런 이해가 충분히 이루어지면,
“나는 왜 이렇게 문제가 많지?”
라는 평가에서,
“내가 그렇게 반응했던 데에는 나에게 중요한 이유가 있었구나.”
라는 자기이해로 이동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그래서 체감적 이해는 자기공감을 직접 가르치는 것과도 다릅니다.
자기공감을 요구하기 전에 자기공감이 가능해지는 이해를 만들어주는 것
에 가깝습니다.
7. 체감적 이해는 변화의 필요성을 ‘나의 문제’로 만든다
사람은 어떤 사실을 안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을 바꾸고 싶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운동해야 한다.”
“화를 줄여야 한다.”
“사람에게 너무 맞춰주지 않아야 한다.”
모두 알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의 욕구나 감정, 가치와 연결되지 않으면 행동을 움직일 만큼의 힘을 갖지 못할 수 있습니다.
체감적 이해가 이루어지면,
“이것이 문제라고 한다.”
에서,
“이 방식으로 계속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 정말 힘들구나.”
또는,
“나는 이제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구나.”
로 바뀔 수 있습니다.
즉 문제에 대한 지식이 개인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이 때문에 심리코칭 현장에서는 체감적 이해가 이루어진 뒤 고객이 스스로 변화 방향을 말하거나 실제로 무언가 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경우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를,
“체감적 이해가 일어나면 반드시 행동이 변화한다.”
라고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행동 변화에는 실행 가능성, 자기효능감, 환경, 습관, 반복 경험 등 다른 조건들도 필요합니다.
따라서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체감적 이해는 고객이 ‘왜 내가 이것을 바꾸고 싶은가’를 자신의 감정·욕구·가치와 연결하도록 도와 변화 동기가 형성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8. 체감적 이해는 설명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심리코치가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고객에게,
“당신은 사실 외로운 겁니다.”
“당신은 인정받고 싶은 겁니다.”
“어린 시절 경험 때문에 지금 이렇게 반응하는 겁니다.”
라고 설명한다고 해서 고객에게 체감적 이해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심리코치의 이해일 수 있습니다.
고객이,
“아, 맞는 것 같아요.”
라고 동의해도 여전히 인지적인 이해에 머물 수 있습니다.
체감적 이해는 고객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심리코치는 정답을 설명하기보다 고객이 자신의 경험을 충분히 탐색하도록 돕습니다.
“그 상황에서 실제로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그 일이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였나요?”
“그때 가장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비슷한 느낌을 경험했던 때가 또 있었나요?”
“지금 이야기하면서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렇게 고객이 자신의 여러 경험을 직접 연결하도록 돕습니다.
그러다가 고객 자신의 언어로,
“아, 그래서 내가 그랬던 거네요.”
라는 이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심리코치는 그 이해를 대신 만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 이해가 고객 안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촉진하는 사람입니다.
9. 체감적 이해를 위해 강한 감정을 만들어낼 필요는 없다
체감적 이해를 강조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체감적 이해 = 강한 감정
은 아닙니다.
고객이 울었다고 해서 체감적 이해가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감정이 격해졌다고 해서 변화가 일어난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고객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감정을 활성화시키면 자신의 경험을 이해하고 정리하기보다 압도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심리코치의 목표는 고객에게 강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고객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자신의 경험에 접근하고, 그 경험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느끼고 이해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어떤 고객은 눈물을 흘리면서 체감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른 고객은 비교적 차분한 상태에서,
“아, 이제 알 것 같아요.”
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감정의 크기가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이해가 실제로 연결되었는가입니다.
10. 모든 고객에게 체감적 이해가 같은 정도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체감적 이해가 중요하다고 해서 모든 고객에게 깊은 정서적 탐색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고객은 문제를 처음 접하기 때문에 우선 자신의 상황을 인지적으로 구조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떤 고객은 이미 자신의 문제와 원인을 상당히 잘 알고 있지만 실제 감정과 연결되지 않아 체감적 이해가 필요합니다.
또 어떤 고객은 감정에 접근하면 쉽게 압도되기 때문에 현재의 안정과 감정조절 능력을 먼저 확보해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심리코치는,
“체감적 이해가 중요한가?”
만을 묻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고객에게 어느 정도의 체감적 이해가 필요하고 가능한가?”
를 판단해야 합니다.
체감적 이해는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깊이와 방식으로 적용하는 기법이 아니라 고객의 현재 상태에 따라 깊이와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변화 과정입니다.
마치며 ― 설명할 수 있는 것과 실제로 이해되는 것은 다르다
심리코칭에서 고객이 자신의 문제를 인지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인지적 이해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지도를 만들어줍니다.
그러나 어떤 고객에게는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고객은 자신의 문제도 알고,
왜 그런지도 알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는데,
여전히 같은 상황에서 같은 감정이 올라오고 같은 반응을 반복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경우 심리코치는,
“이 고객에게 무엇을 더 알려줘야 할까?”
보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이 아직 자신의 경험으로 충분히 이해되지 않은 것은 아닐까?”
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체감적 이해란 단순히 더 강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머리로 알고 있던 내용이 자신의 실제 경험과 감정, 욕구, 개인적인 의미와 연결되면서 ‘아, 이것이 정말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구나’라고 경험적으로 납득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지적 이해가,
“나는 왜 이러는지 안다.”
라면,
체감적 이해는,
“아, 그래서 내가 그랬던 거구나.”
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차이가 ‘알고 있지만 달라지지 않는 고객’을 심리코치가 이해할 때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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